전 세계적으로 130만 부 이상 판매된 이치조 미사키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자고 일어나면 모든 기억이 사라지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는 여고생 한서윤과 무미건조한 일상을 살아가던 남고생 김재원의 애틋하고도 눈부신 사랑 이야기를 그립니다. 동명의 일본 영화가 큰 사랑을 받은 데 이어, 한국의 정서와 감각적인 연출로 새롭게 리메이크된 이 작품은 원작이 가진 슬픈 운명의 서사에 한국 영화 특유의 깊은 감정선과 청량한 영상미를 더해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여운을 선사합니다. 학교와 일상 어디에서도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소년 김재원은 어느 날, 웃을 때마다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긴 머리의 소녀 한서윤을 마주하게 됩니다. 서윤은 매일 밤 잠들면 그날의 기억이 완전히 리셋되는 가혹한 운명 속에 살고 있지만, 남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하루를 기록하며 평범한 척 연기합니다. 재원은 친구를 구하기 위해 서윤에게 충동적인 거짓 고백을 하게 되고, 서윤이 이를 받아들이며 두 사람의 '조건부 연애'가 시작됩니다. 매일이 초면인 서윤을 위해 재원은 매 순간을 사진과 영상, 글로 남기며 그녀의 기억이 되어주기로 결심하고, 거짓으로 시작된 관계는 어느새 그 무엇보다 진실한 사랑으로 변모해 갑니다. 영화는 '기억이 사라지면 사랑도 사라지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서윤은 어제의 재원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오늘의 재원이 보내는 눈빛과 목소리, 그리고 그가 남긴 기록들을 통해 매일 새롭게 사랑에 빠집니다. 재원 역시 매일 자신을 낯설어하는 연인을 보며 아파하기보다, 매일 새로운 첫사랑을 시작하는 마음으로 그녀를 지킵니다. 이는 단순한 하이틴 로맨스를 넘어, 기억이라는 뇌의 작용보다 심장에 새겨진 감각과 본능적인 이끌림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증명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하지만 영화의 주 배경은 싱그러운 여름으로, 계절의 대조가 주는 낭만적이고 애절한 분위기가 스크린을 가득 채웁니다. 제46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혜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김혜영 감독 특유의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은 인물들의 미세한 감정 변화를 놓치지 않고 포착하여 극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와 '견우와 선녀' 등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입증한 추영우가 냉소적인 소년에서 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재원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으며, 영화 '마녀2'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신시아가 기억을 잃는 두려움 속에서도 사랑을 향해 용기 있게 나아가는 서윤 역을 맡아 맑고 투명한 매력을 선보입니다. 두 배우가 만들어내는 풋풋한 케미스트리와 아름다운 로케이션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촬영지를 방문하고 싶게 만드는 강력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