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어는 완벽하게 통역할 수 있지만, 복잡미묘한 사람의 마음까지 통역이 가능할까? 드라마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다중언어 통역사 주호진과 글로벌 톱스타 차무희가 만나 펼치는 예측불가 로맨틱 코미디로, 소통의 아이러니를 유쾌하고도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영어, 일본어, 이탈리아어 등 다국어에 능통한 '마스터 통역사' 주호진은 언어적 구조와 논리에는 완벽하지만, 정작 타인의 감정을 읽는 데는 서툰 인물이다. 반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 상처와 불안을 숨긴 톱스타 차무희는 계산 없이 감정을 표출하는 직진형 캐릭터다. 무명 시절 일본에서 스치듯 만났던 두 사람은 한국과 일본 배우가 짝을 이뤄 세계를 여행하는 연애 리얼리티 쇼 〈로맨틱 트립〉에서 통역사와 출연자로 운명처럼 재회하게 된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소위 '혐관(혐오 관계)'에서 시작해 서로에게 스며드는 로맨스의 정석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주호진은 처음에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차무희를 '통역 불가'의 존재로 여기며 거리를 두려 한다. 그러나 차무희의 당돌한 고백을 다른 남성 출연자에게 통역해 전달해야 하는 기막힌 상황 속에서, 호진은 점차 통역가로서의 직업윤리와 한 남자로서의 질투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차무희의 엉뚱한 망상까지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주호진의 변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두 사람의 '티키타카' 케미스트리는 시청자들에게 설렘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한다. 말은 통하지만 마음은 엇갈리고, 말은 다르지만 진심은 통하는 역설적인 상황들이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이 드라마는 '로코의 대가'로 불리는 홍자매(홍정은, 홍미란) 작가의 신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환혼》, 《호텔 델루나》 등을 통해 독보적인 세계관과 톡톡 튀는 대사발을 자랑해 온 홍자매 특유의 유머 코드가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여기에 《붉은 단심》을 통해 감각적인 연출력을 인정받은 유영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선을 아름다운 영상미로 구현해냈다. 김선호와 고윤정이라는 압도적인 비주얼 합은 물론, 두 배우가 보여주는 섬세한 감정 연기는 자칫 가벼워질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깊이를 더한다. 또한, 드라마는 여행 로맨스라는 장르적 특성을 살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등 세계 각국의 이국적인 풍광을 화면 가득 담아냈다. 낯선 여행지에서 피어나는 로맨스는 시청자들에게 대리 만족을 선사하며, 각 도시의 낭만적인 분위기는 두 주인공의 사랑을 더욱 애틋하게 만든다. 주호진의 첫사랑 지선과의 관계, 차무희에게만 보이는 환영 '도라미'의 정체 등 미스터리한 요소들이 로맨스 서사와 얽히며 긴장감을 놓지 않게 한다.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를 넘어, 진정한 소통이란 언어의 기술이 아닌 마음의 온도로 완성된다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는 웰메이드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