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세기말, IMF 외환위기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한국 증권시장을 배경으로 한 여성의 대담하고도 유쾌한 위장 취업기가 펼쳐진다. 여의도 금융가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금융감독원 엘리트 감독관 홍금보는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최고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금융 세계에서 오로지 실력 하나로 1등의 자리를 지켜온 그녀는 냉철한 이성과 완벽한 업무 처리 능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어느 날, 그녀는 거대 증권사인 한민증권 내부에서 심상치 않은 자금 흐름과 비리 정황을 포착하게 된다.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바로 자신의 화려한 경력과 정체성을 모두 지운 채, 스무 살의 말단 여직원 '미쓰 홍'으로 위장하여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것이다. 드라마는 1990년대 말 특유의 시대적 공기를 생생하게 재현하며, 홍금보가 겪는 좌충우돌 오피스 라이프를 코믹하게 그려낸다. 여직원을 이름 대신 '미스 김', '미스 리'로 부르며 커피 심부름과 복사를 전담시키던 그 시절, 조직의 정점에 있던 그녀가 하루아침에 먹이사슬의 최하위로 추락하여 겪는 에피소드는 폭소를 자아낸다. 그녀는 자신보다 한참 어린 선배 사원들을 '언니'라 부르며 비위를 맞춰야 하고, 엑셀 파일 하나에 쩔쩔매는 척 연기를 해야 하는 굴욕을 맛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녀는 과거에는 보지 못했던 회사 밖 진짜 사람들의 삶을 마주하게 된다. 만년 적자 부서인 '위기관리본부'의 오합지졸 동료들과 부대끼며, 그녀는 점차 그들과 진정한 동료애를 쌓아가게 된다. 이 작품의 핵심은 단순한 권선징악의 범죄 수사물을 넘어선다. 개미 투자자들의 피같은 돈을 빼돌려 사리사욕을 채우는 한민증권 사주 일가의 탐욕에 맞서, 힘없는 '미생'들이 뭉쳐 거대한 바위를 깨트리는 통쾌한 반란을 그린다. 2026년 현재, 팬데믹 이후의 불안한 경제 상황과 치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이 드라마는 90년대의 향수와 함께 뜨거운 위로를 건넨다. 각자도생만이 살길이라 외치는 세상에서, 홍금보와 그녀의 동료들이 보여주는 연대와 희망은 시대를 관통하는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박신혜는 엘리트 감독관과 어리바리한 신입사원을 오가는 1인 2역급의 연기 변신을 통해 극을 이끌어가며, 고경표, 하윤경, 조한결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합류해 환상적인 티키타카를 선보인다. '사내맞선'을 통해 감각적인 연출력을 인정받은 박선호 감독과 문현경 작가의 의기투합은 레트로한 감성과 세련된 유머가 공존하는 웰메이드 드라마의 탄생을 예고한다. 2026년 1월, tvN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이 작품은 시청자들에게 잊고 지냈던 낭만과 정의, 그리고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웃음을 선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