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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06 · 스포트라이트

도시가 등장인물이 될 때

〈원더풀스〉가 가로지른 서울·인천 네 지점

2026-05-14 읽는 데 6분 촬영지 4곳
도시가 등장인물이 될 때
도시가 거대해질수록, 그 위의 사람은 더 사람 같아진다.

서울의 어떤 거리도 서울 같지 않은 순간이 있다. 〈원더풀스〉는 그 순간들을 모은다. 홍대 골목, 송도 신도시, 강남 코엑스, 동대문 DDP. 네 곳은 모두 서울권 안에 있지만, 서로 닮은 데가 거의 없다. 작품의 어설픈 초능력자들은 그 이질감 위를 옮겨 다니며, 우리에게 묻는다 — 이 도시들은 정말 같은 도시인가.

홍대 — 정돈되지 않은 첫 무대

홍대로 시작하는 것이 옳다. 마포구 양화로 일대. 클럽, 거리 공연, 벽화. 이질적 표면이 어수선하게 공존하는 풍경은 어설픈 초능력자 팀의 등장 무대로 자연스럽다. 카메라는 일부러 정돈하지 않는다. 인디 골목의 결을 그대로 화면에 풀어 놓는다.

홍대는 본래 미대 앞 거리라는 뜻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인디 음악과 거리 문화의 대명사가 됐다. 홍대입구역에서 걸어 나오면 매 골목마다 공기가 다르다. 한쪽은 클럽의 베이스 소리, 다른 쪽은 버스킹 기타, 또 다른 쪽은 조용한 카페 골목. 〈원더풀스〉의 1회가 이곳에서 시작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정돈되지 않은 도시야말로, 정돈되지 않은 초능력자들에게 어울리는 첫 무대다.

에피소드 1화 18분 40초경, 카메라가 홍대입구역 출구에서 골목 안쪽으로 밀고 들어가는 방식은 단순한 장소 소개가 아니다. 매 프레임이 다른 소음과 색깔을 품고 있는 이 거리의 구조 자체가, 팀원 각자가 전혀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공간적으로 설명한다. 감독은 홍대를 배경이 아니라 서술자로 쓴다.

정돈되지 않은 도시야말로, 정돈되지 않은 초능력자들에게 어울리는 첫 무대다.

송도 센트럴파크 — 매끈함 위의 어설픔

다음은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다. 유리 커튼월 빌딩과 수로가 어우러진 계획 도시 풍경. 송도는 한국에서 가장 '아직 한국 같지 않은' 풍경 중 하나다. 작품은 그 어색함을 코미디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무엇이든 가능해 보이는 매끈한 표면 위에서, 어설픈 초능력은 더 어설퍼 보인다.

송도 센트럴파크는 도시 한복판에 바닷물을 끌어들여 만든 인공 수로 공원이다. 수상 택시가 그 수로를 오가고, 양옆으로는 처음부터 설계된 마천루가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선다. 사람이 만든 풍경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 — 송도는 그 자체로 미래를 미리 지어 놓은 도시처럼 보인다. 그 매끈함 위에 어설픈 인물을 세우는 것이 작품의 코미디 감각이다.

2화 27분 15초, 팀이 수로 옆 광장에서 대책 회의를 벌이는 장면은 풍경과 인물 사이의 낙차를 정면으로 활용한다. 배경의 직선과 유리는 완벽하게 설계된 미래처럼 보이는데, 그 안에서 인물들은 서로 엇갈리고 실수한다. 코미디의 원리는 단순하다 — 완벽한 곳에서 불완전한 사람들이 더 불완전해 보인다.

강남 코엑스 — 익숙함이 액션의 닻이 될 때

강남 코엑스의 상업 중심부는 작품 액션 시퀀스의 규모를 받쳐 준다. 대형 쇼핑몰과 업무 빌딩이 만드는 수직선의 밀도는 도심 액션의 스케일을 자연스럽게 키운다. 강남이라는 이름은 한국 시청자에게는 너무 익숙하지만, 이 작품 안에서는 그 익숙함이 액션을 잡아주는 닻이 된다.

코엑스는 단순한 쇼핑몰이 아니다. 지하 2층, 지상 4층, 전시장과 컨벤션 센터, 호텔, 아쿠아리움을 아우르는 도심 복합 공간이다. 별마당 도서관의 높은 서가가 내려다보이는 중앙 홀은 서울에서 가장 많이 사진 찍히는 실내 공간 중 하나다. 4화 22분경 액션 시퀀스는 이 복합 공간의 층위와 동선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활용한다. 팀이 서로 다른 층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움직이는 편집은, 코엑스의 입체적 구조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다.

강남이 가진 '너무 익숙한' 이미지는 오히려 강점이다. 시청자가 공간을 인식하는 데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액션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장면 자체로 전달된다. 낯선 장소에서의 액션이 '어디지?'라는 질문을 만든다면, 익숙한 장소에서의 액션은 '어떻게 빠져나가지?'라는 질문만 남긴다.

동대문 DDP — 평행 우주의 표면

마지막은 동대문 DDP.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비정형 건축. 여성 건축가 최초로 프리츠커상을 받은 하디드는 새벽부터 밤까지 쉼 없이 변하는 동대문의 역동성에 주목해, 곡선과 곡면만으로 자연물과 인공물이 이음새 없이 이어지는 공간을 만들었다. 4만 5천여 장의 알루미늄 패널로 덮인 이 거대한 곡면 건물은 세계 최대 규모의 3차원 비정형 건축물로 꼽힌다.

서울 어디에도 없는 곡선의 표면이 만들어내는 초현실. 작품의 가장 시각적으로 도전적인 시퀀스가 이곳에서 찍혔다. 6화 38분 30초, DDP에서 카메라가 움직일 때, 화면은 한국이라기보다 어떤 평행 우주처럼 보인다.

DDP는 낮과 밤의 표정이 전혀 다르다. 낮에는 알루미늄 패널이 하늘빛을 반사하며 건물 전체가 주변과 뒤섞인다. 밤에는 조명이 들어오면서 곡면 위로 빛이 흘러내리고, 건물은 어둠 속에서 선명하게 떠오른다. 작품이 이 장면을 밤에 배치한 것은 분명 의도적이다. 조명을 받은 DDP의 곡면은 도시 안의 도시가 아니라, 도시 안의 다른 행성처럼 보인다.

DDP에서 카메라가 움직일 때, 화면은 한국이라기보다 어떤 평행 우주처럼 보인다.

네 도시의 합 — 서울이 등장인물이 되는 방식

네 곳을 묶는 것은 작품의 코미디다. 풍경이 매번 화려해지지만, 풍경 안에 선 인물들은 매번 작아진다. 능력은 어설프고, 미션은 부조리하고, 팀은 끝까지 어설프다. 도시가 거대해질수록, 그 위의 사람은 더 사람 같아진다.

〈원더풀스〉가 그리는 서울은 사실 한 도시가 아니라 여러 도시의 합이다. 인디 골목의 1990년대, 계획 도시의 미래, 강남의 자본, 그리고 DDP의 비현실. 한 작품이 그 네 시간대를 같은 화면 안에 늘어놓을 때,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가 등장인물처럼 움직이기 시작한다. 작품의 제목이 약속하는 '경이로움'은 초능력에 있지 않다. 그것은 이 도시가 한 화면 안에서 네 번 표정을 바꾸는 데 있다.

각 촬영지는 팀의 상태를 반영하기도 한다. 홍대에서 팀은 처음 만난다. 송도에서 팀은 처음으로 함께 실패한다. 코엑스에서 팀은 처음으로 의도치 않게 성공한다. DDP에서 팀은 자신들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도시의 질감이 달라질 때마다 팀의 질감도 달라진다. 장소가 서사다.

여행자를 위한 안내

여행자에게는 한국에 처음 오는 친구를 위한 1일 코스로 추천한다. 홍대입구역에서 출발해 골목을 한 바퀴 걷고, 지하철로 강남 코엑스로 이동해 별마당 도서관과 쇼핑몰을 통과한 뒤, 동대문 DDP에서 하루를 닫는다. DDP는 밤에 가장 빛난다. 조명을 받은 곡면이 어둠 속에서 떠오를 때, 작품의 마지막 시퀀스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다.

홍대에서 코엑스까지는 지하철 2호선으로 25분 내외. 코엑스에서 DDP(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까지는 2호선으로 20분. 하루 동선으로 무리 없이 묶인다. 별마당 도서관은 연중 무휴 무료 입장이고, DDP 외관은 24시간 개방돼 있다.

송도는 별도 일정으로 두는 편이 좋다. 인천 지하철로 한 시간 남짓, 센트럴파크에서 수상 택시를 한 번 타 보면 작품이 왜 이곳을 '아직 한국 같지 않은' 풍경으로 골랐는지 단번에 이해된다. 봄(4–5월)과 가을(9–10월)에 수로 주변 산책로가 가장 아름답고, 수상 택시는 계절에 따라 운항 시간이 달라지므로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원더풀스〉의 도시 감각은, 이 동선을 따라 걸을 때 가장 잘 작동한다. 거리를 옮길 때마다 도시가 표정을 바꾸고, 그 변화 자체가 이미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촬영지

홍대입구역 서울 마포구 양화로 160
01 S1E1 18:40

홍대입구역 서울 마포구 양화로 160

마포구 홍대 일대를 배경으로 한 초반부 장면. 클럽, 거리 공연, 벽화가 공존하는 홍대의 에너지 넘치는 거리 풍경은 개성 강한 주인공 팀의 첫 등장 배경으로 어울린다.

원더풀스 →
인천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 인천 연수구 컨벤시아대로 160
02 S1E2 27:15

인천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 인천 연수구 컨벤시아대로 160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일대를 배경으로 한 장면. 유리 커튼월 빌딩과 수로가 어우러진 송도의 계획 도시 경관은 현대 한국 도시의 이질적인 면을 강조하는 배경으로 활용됐다.

원더풀스 →
코엑스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513
03 S1E4 22:00

코엑스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513

강남 코엑스 일대에서 촬영된 액션 시퀀스. 대형 쇼핑몰과 업무 빌딩이 밀집한 강남의 상업 중심부는 스케일 있는 도심 액션 장면의 배경으로 쓰였다.

원더풀스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 서울 중구 을지로 281
04 S1E6 38:30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 서울 중구 을지로 281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비정형 건축물 DDP. 곡면으로만 이루어진 독특한 외관은 한국 어디서도 찾기 어려운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드라마의 시각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의 배경이 됐다.

원더풀스 →

가볼 만한 곳

문화 · 코엑스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513

별마당 도서관

코엑스 몰 중앙에 위치한 대형 공개 도서관. 13미터 높이의 서가가 중앙 홀을 가득 채우며 서울에서 가장 많이 사진 찍히는 실내 공간 중 하나다. 〈원더풀스〉 4화 액션 시퀀스의 코엑스 장면을 보고 방문하면 공간 구조를 체감하기 좋다.

무료 입장, 연중무휴. 주말 오전에는 인파가 적고 촬영하기 좋다. 코엑스몰 지하 1층에서 바로 연결된다.

박물관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 서울 중구 을지로 281

DDP 디자인랩

DDP 내부 상설 전시 공간. 자하 하디드의 건축 설계 과정과 DDP 건축 스토리를 소개하는 전시가 상시 운영된다. 외관만큼이나 내부 곡면 공간도 독특해, 〈원더풀스〉의 DDP 장면 감상 후 방문하면 건물 구조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DDP 외관은 야간 무료. 내부 전시는 유료이며 운영 시간은 전시에 따라 다르므로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 권장.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번 출구와 직결.

문화 · 홍대입구역 서울 마포구 양화로 160

KT&G 상상마당 홍대

홍대 인디 문화의 구심점이 되는 복합 문화 공간. 독립 영화관, 갤러리, 공연장, 디자인숍을 한 건물 안에 품고 있다. 〈원더풀스〉가 홍대의 '정돈되지 않은' 에너지를 담은 공간적 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소 중 하나.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서 도보 5분. 독립영화 상영 일정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사전 확인 권장. 주말 저녁은 공연 및 행사로 붐빈다.

쇼핑 · 인천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 인천 연수구 컨벤시아대로 160

트리플스트리트

송도 센트럴파크 인근의 야외형 쇼핑 스트리트. 유럽풍 오픈 아울렛 형태로 설계돼 있으며 레스토랑, 카페, 쇼핑 매장이 이어진다. 송도의 '계획된 미래' 감각을 체험하기에 좋은 장소로, 센트럴파크 수상 택시 이후 도보로 연결된다.

인천지하철 1호선 센트럴파크역 1번 출구에서 도보 5분. 주차 공간이 넓어 자차 방문도 편리하다.

맛집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 서울 중구 을지로 281

광장시장

DDP에서 도보 15분 거리의 전통 시장. 1905년에 문을 연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상설 시장 중 하나로, 빈대떡, 마약김밥, 순대 등 한국 길거리 음식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DDP의 초현실적 곡면과 대비되는 날것의 서울을 경험하기 좋은 장소.

DDP 관람 후 저녁 식사로 연계하기 좋다. 종로5가역 또는 을지로4가역에서도 도보로 접근 가능. 오전 10시경 개장, 대부분 매장이 저녁 7시 전후 마감.


방문 가이드

홍대·코엑스·DDP 1일 코스 — 홍대입구역(2호선)에서 출발해 골목을 산책한 뒤, 2호선으로 강남 코엑스(별마당 도서관 무료)를 거쳐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하차해 DDP 외관을 감상한다. DDP는 야간 조명이 아름다우며 외관은 24시간 무료 개방. 전체 이동 시간 약 50분, 체류 포함 하루면 충분하다.

송도 별도 일정 — 서울 지하철 인천 1호선 환승 후 센트럴파크역 하차. 도심에서 약 1시간. 센트럴파크 수상 택시(유료·계절 운항)를 타면 계획 도시의 매력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봄(4–5월)·가을(9–10월) 방문 권장.

최적 방문 계절 — 봄·가을. 여름 실외 활동은 무덥고, DDP와 홍대 골목은 연중 내내 매력적이다.